CAFE Holiday
CAFE Holiday
Jul 25, 2022
{반명절음식: 떡, 강냉이, 호박젤리} 가방에서 강정이나 떡, 강냉이, 호박젤리 따위를 꺼냈다. 하루 종일 집안 일에 붙들려 있다보면, 자꾸만 허기가 졌다. 아기가 잠이 들면 그 옆에 앉아 가만 가만 간식을 먹었다. 출근하는 길에 떡집에는 소포장된 떡이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옛날식 눈알 사탕와 젤리를 떼어다 팔고 있었다. 나는 그날의 기분이나 계절에 따라 다른 것을 골랐다. 젤리를 보면 아이들을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러시아로 갔던 겨울이 종종 떠올랐다. 돈을 벌고 싶기도 했지만 그냥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까지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선 만두를 빚어서 팔았다. 세끼 모두 만두를 먹었다. 단 게 먹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한국에 와서 떡 하나, 젤리 하나 집어 먹다가 그 시절 생각이 났다. 그때 내가 이런 게 먹고 싶었구나. 처음에는 아주 큰 고깃집에서 일하면서 친한 언니며 동생도 생기고, 직원 식사 끝나면 싸온 걸 나눠먹는 재미도 있었는데, 혹시나 단속이라도 나올까 싶어서 늘 불안했다. 아이고, 내가 불법 체류자 신세구나. 그 불안감 때문에 가정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여기는 단속반이 안오니까. 명절이면 너무 힘들었다. 일주일 전부터 사모님이랑 리스트를 짜고 장을 보고 요리를 했다. 늘 하나씩 빼놓는 게 있어 시장을 매일 오갔다. 평소에는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를 돌보며 밥을 차렸는데, 명절에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게 일이었다. 할머니가 움직일 수가 없게 병세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될 즈음에는 며느리가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그 아기를 돌보고 있다. 그 애 이름이 찬우다. 찬우도 호박 젤리를 참 좋아했지. 내가 다섯 살까지 봐줬는데, 아이가 내 말투까지 배운다고 흉을 보더라. 다들 씻기고 먹이고 키울 때는 무심하기도 하더니, 어째서 그렇게 트집은 잘 잡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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